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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은 리뷰] 인간과 신의 관한 깊은 이야기 <밀양>

밀양 <Secret Sunshine>


개봉 : 2007.05.23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141분 
배급: 시네마서비스 
감독:이창동 
주연: 전도연, 송강호

 

 

 

 

 

◎영화 줄거리

서른세 살. 남편을 잃은 그녀는 아들 준과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가고 있다. 이미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피아니스트의 희망도 남편에 대한 꿈도... 이 작은 도시에서 그만큼 작은 피아노 학원을 연 후, 그녀는 새 시작을 기약한다. 그러나 관객은 이내 곧 연약한 애벌레처럼 웅크린 그녀의 등에서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 그리고 그녀가 던지는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운 전도연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시크릿 선샤인>, 이 영화는 전도연 연기 인생의 새 출발점이다. 밀양 외곽 5km... 그는 신애(전도연)를 처음 만난다. 고장으로 서버린 그녀의 차가 카센터 사장인 그를 불렀던 것. 그리고 이 낯선 여자는 자신의 목소리처럼 잊히지 않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그는 밀양과 닮아 있다. 특별할 것이 없는 그만큼의 욕심과 그만큼의 속물성과 또 그만큼의 순진함이 배어 있는 남자. 마을 잔치나 동네 상갓집에 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누구처럼 그는 신애의 삶에 스며든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곁에 서 있다. 한 번쯤은 그녀가 자신의 눈을 바라봐주길 기다리며... 그리고 송강호, 그의 새로운 도전을 우린 기대하게 된다. 그처럼 평범하지 않은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그처럼 아파하는 여자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이 남자의 시선과 사랑을 그는 어떻게 표현할까?

 

 

 

 

불쌍하다. 

영화를 보며 전도연 배우가 연기한 이신애라는 여자는 참으로 불쌍하다. 새출발을 위해서 작은 아들과 함께 '밀양'으로 왔지만 아들은 납치되고, 안 좋은 일들만 계속해서 생겨난다. 철저한 기독교인 신애는 아들을 잃고 신에게 아들을 살려달라 말하지만 신의 귓가에 전혀 닿지 않은 듯 그녀의 아들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 신애의 눈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결국 범인이 잡히게 되는데, 그 범인조차도 기독교인이었고, 내가 영화를 보며 가장 싸늘하고 무서웠던 말을 내뱉는다. "신이 있다면 용서해주시겠지요. 다 신의 뜻입니다. 저는 신에게 이미 용서를 받았어요".

 

이후 신애는 신을 비웃기라도 한듯, 목사와 관계를 맺고, 신을 믿고 따르는 행사를 하는 곳에 큰 음악을 틀며 신에 대한 반항을 시작한다. 그때 흘러나오는 영화는 한국영화 최고의 BGM이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마치 신의 존재와 그리고 아들 준의 죽음을 믿기 못하는 신애의 불안한 표정과 행동에 맞물려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이 영화는 기독교적인 미장센과 그리고 대사, 그리고 신의 대한 믿음을 계속해서 갈구하면서도 반항하는 영화이다. 신을 절실히 믿었던 신애와 그렇지 않았던 송강호 배우가 맡은 종찬, 그리고 신에게 버림받자 종찬을 찾아가 보지만 그의 삶은 나와 너무 다르다. 

 

어쩌면 남편도, 아들도 잃은 신애에게 기댈 곳이라고는 종교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그 종교자체도 나를 버리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이 혼자만을 연기한 전도연 배우는 이 영화에서 신애라는 인물을 더욱더 불쌍하고, 우울하며, 슬프게 보여준다. 그녀의 연기는 신애를 넘어서 전도연이라는 배우 자체에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발전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위 스틸컷처럼 신애가 도로 한가운데서 주저앉아 우는 장면은 최고의 장면이다. 핸드헬드와 함께 아무도 없는 도로에서 혼자 울고 있는 신애. 애처로우면서 슬프다. 

 

이 영화는 이야기의 플롯과 전도연 배우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에 잘 녹여 풀어냈고 배우들 또한 매우 훌륭했다. 

 

리뷰를 마치며 한가지 생각해본다. 기독교나 종교에 대해 배우게 하려는 부모들이나 자식들을 보면 예로부터 신은 다 용서해주시고, 이해해주신다 하였다. 정말 신앙이라는 둘레 안에서 모든 죄는 용서가 되는 것일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인간이 신앙이라는 믿음으로 자신의 죄를 용서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자신이 죄책감과 상실감으로부터 조금은 떨쳐낼 수 있도록 만든 합리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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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이야기와 신에 관한 정교한 스토리텔링과 기막힌 배우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밀양>을 감상해라.